노보 vs 릴리, 비만약 전쟁의 승자는? GLP-1 산업 구조로 알아보기

산업분석 · 바이오

비만약 산업구조 2편 : 노보 vs 릴리, 경쟁 구도

시장 점유율 원형 그래프의 큰 보라색 조각과 작은 초록색 조각 위에 각각 주사 펜이 서 있는 모습으로 비만약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두 회사를 표현한 대표 이미지
이 글은 「비만약 산업구조」 시리즈의 두 번째 글입니다. 마운자로·위고비가 어떤 약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시면 1편 GLP-1 비만약 기초를 먼저 읽고 오시는 걸 추천드려요.

1편에서는 마운자로와 위고비가 무엇인지, GLP-1이라는 “배부름 호르몬”을 어떻게 흉내 내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 2편에서는 시선을 약에서 회사와 산업으로 옮깁니다.

이 시장을 처음 연 회사는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였습니다. 위고비 하나로 한때 유럽에서 가장 비싼 회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장의 1위는 뒤늦게 뛰어든 미국의 일라이 릴리입니다.

같은 시장, 같은 계열의 약인데 왜 두 회사의 운명은 이렇게 갈렸을까요? 그리고 알약, 특허 만료, 가격 인하, 차세대 약이라는 변수는 이 판을 어떻게 바꿀까요? 이 열풍은 약을 만드는 회사 바깥으로 어떻게 퍼지고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광고
SECTION 01

두 거인의 전쟁 — 노보 vs 릴리

1두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비만약 시장의 주인공인 두 회사는 사실 100년 넘게 경쟁해 온 당뇨약 라이벌입니다. 두 회사 모두 1920년대 인슐린 생산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GLP-1 비만약 시장에서 맞붙고 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 덴마크 · 1923년 설립

인슐린으로 출발한 당뇨약 전문 회사예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오젬픽(당뇨)과 위고비(비만)를 만들었고, 2014년 삭센다, 2021년 위고비로 GLP-1 비만약 시장을 가장 먼저 열었어요.

일라이 릴리 🇺🇸 미국 · 1876년 설립

1923년 세계 최초로 인슐린을 대량 생산한 회사예요. 당뇨 외에도 항암제, 치매 치료제 등 다양한 약을 갖고 있고, 터제파타이드 성분의 마운자로로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2점유율 역전

두 회사의 경쟁은 먼저 출발한 주자를 뒤에서 출발한 주자가 앞지르는 달리기와 비슷합니다. 미국 기준으로 노보는 2021년 위고비로 지금의 비만약 열풍을 먼저 열었고, 릴리는 2022년 당뇨약 마운자로, 2023년 말 비만약 젭바운드로 뒤따라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아래 그림처럼 지금은 뒤에서 출발한 릴리가 노보를 앞질러, 순위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먼저 비만약 시장을 연 노보 노디스크를 일라이 릴리가 앞지르는 달리기 장면으로 미국 점유율 역전을 표현한 일러스트

지금의 구도를 숫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구분일라이 릴리노보 노디스크
대표 성분터제파타이드 (마운자로)세마글루타이드 (위고비·오젬픽)
🇺🇸 미국 점유율 (2026년 2분기)60.9%38.8%
미국 외 점유율 (2026년 1분기)53.2%46.8%
2026년 매출 가이던스850억~870억 달러전년 대비 0~-6%
기업가치 흐름시가총액 1조 달러 돌파2025년 주가 50% 이상 하락

※ 점유율은 GLP-1·GIP처럼 식사 후 나오는 호르몬을 흉내 내는 약(인크레틴 계열) 시장 기준이며, 릴리 실적 발표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가이던스는 회사가 스스로 밝힌 올해 실적 전망이며, 노보 가이던스는 환율 효과를 뺀 기준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릴리가 6 대 4로 앞서고 있고, 노보가 강했던 미국 밖 시장에서도 2026년 1분기 처음으로 릴리가 역전했습니다. 시장 전체도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미국 시장은 약 30%, 미국 밖 시장은 77% 성장했습니다. 파이가 커지는 와중에 릴리가 더 큰 조각을 가져가고 있는 구조입니다.

3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온도차

2026년 8월 초, 두 회사가 하루 차이로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 릴리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8% 늘어난 약 230억 달러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인 컨센서스(206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회사가 스스로 밝히는 올해 실적 전망인 연간 매출 가이던스도 820억~850억 달러에서 850억~870억 달러로 올렸고, 주가는 상승했습니다.

노보도 연간 가이던스를 올렸습니다. 기존 -4%~-12%에서 0%~-6%로, 매출 감소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하루 만에 6%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차세대 약 카그리세마가 당뇨 환자 대상 직접 비교 임상에서 릴리의 터제파타이드만큼 혈당을 낮추지 못했고, 기대를 모은 위고비 알약 매출(약 4.9억 달러)도 강한 출시 초반에 비해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 실전 함정: 가이던스를 올렸는데 주가는 왜 빠질까요?
노보는 가이던스를 “올렸지만” 여전히 매출이 줄어드는 전망이었어요. 시장은 숫자의 방향보다 기대 대비 어땠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올 신약 후보들(파이프라인)이 탄탄한지를 더 중요하게 봐요. 실적을 볼 때 컨센서스와 가이던스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4릴리는 어떻게 역전했을까

전문가들이 꼽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효과가 더 센 약

가장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1편에서 본 것처럼 터제파타이드(🇰🇷 마운자로, 🇺🇸 젭바운드)는 평균 약 22.5%로 위고비(약 15%)보다 감량 효과가 큽니다. 미국 비만약 시장에서 젭바운드가 기존 용량의 위고비보다 효과가 높다는 점이 릴리가 앞서게 된 핵심 요인으로 꼽힙니다. 노보는 고용량 위고비로 반격에 나섰지만, 이미 기울어진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직접 판매 채널

릴리는 일찍부터 ‘릴리 다이렉트(LillyDirect)’라는 자체 온라인 채널을 열어 환자에게 직접 약을 판매했습니다. 보험사나 약국 같은 중간 단계를 줄여 접근성을 높인 것입니다. 실제로 릴리의 먹는 비만약 파운다요는 출시 초기 처방량의 약 45%가 이 채널을 통해 나왔습니다.

압도적인 영업력과 공급 능력

애널리스트들은 릴리의 막강한 영업·마케팅 화력과 투자 여력을 반복해서 언급합니다. 미국 공공보험 메디케어가 2026년 7월부터 비만약을 보장하기 시작했는데, 이 새 시장에서도 릴리가 초기 우위를 가져갔습니다.

노보가 시장을 “열었다면”, 릴리는 더 센 약 + 직접 판매 + 영업력으로 시장을 “가져갔어요”. 바이오 산업에서 첫 번째가 꼭 승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좋은 사례예요.
SECTION 02

산업을 흔드는 변수

두 회사의 경쟁 구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판을 흔들 변수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1주사에서 알약으로

주사를 꺼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먹는 비만약은 시장을 크게 넓힐 수 있는 열쇠로 꼽힙니다. 두 회사의 알약은 접근 방식부터 다릅니다.

구분위고비 알약 (노보)파운다요 (릴리)
성분세마글루타이드 (펩타이드)오포글리프론 (저분자 화합물)
미국 출시2026년 1월2026년 4월 (4월 1일 FDA 승인)
2분기 매출약 4.9억 달러9,800만 달러
강점먼저 출시, 빠른 초기 확산대량 생산 시 제조 원가가 낮을 것으로 예상

1편에서 설명했듯 펩타이드는 먹으면 소화되어 버리기 때문에, 위고비 알약은 흡수를 돕는 특수 기술을 썼습니다. 반면 릴리의 파운다요는 펩타이드가 아닌 작은 화학 분자(저분자 화합물)로 만들어 처음부터 먹는 약에 적합하게 설계했습니다. 일반 알약처럼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어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는 평가입니다.

겉모습은 같은 알약이어도 속은 이렇게 다릅니다.

주 1회 주사에서 먹는 알약으로 넘어가는 흐름과 펩타이드 기반 위고비 알약, 저분자 화합물 파운다요의 차이를 단면으로 비교한 일러스트

현재 매출은 먼저 출시한 노보가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위고비 알약은 출시 3주도 안 돼 주간 처방 5만 건을 넘겼습니다. 반면 파운다요의 출시 첫 주 처방은 3,707건으로 애널리스트 예상치(약 8,000건)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릴리 측은 새로 알약을 시작하는 환자의 3분의 1이 파운다요를 선택하고 있고, 그 비중이 매주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두 알약 모두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 실전 함정: 출시 초기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마세요
신약은 출시 초기 처방 수가 기대에 못 미쳐도 시간이 지나며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요. 마운자로도 국내 출시 직후엔 위고비보다 작았지만 1년 만에 판을 뒤집었죠. 초기 절대 숫자보다 신규 환자 점유율의 추세를 보는 게 더 중요해요.

2특허 절벽 Patent Cliff

바이오 투자에서 꼭 알아야 할 개념이 특허 절벽입니다. 신약은 특허 기간 동안 독점 판매로 큰돈을 벌지만, 특허가 끝나면 아래 그림처럼 값싼 복제약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매출이 절벽처럼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허 보호가 끝나는 순간 절벽 아래로 값싼 복제약이 쏟아지는 특허 절벽 개념을 표현한 일러스트
복제약(제네릭)이란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 약과 같은 성분으로 만든 약이에요. 개발비가 거의 들지 않으니 훨씬 싸게 팔 수 있죠. 분류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 미국 등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같은 펩타이드 약이 크기가 작아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돼요. 그래서 그 복제약을 ‘바이오시밀러’가 아니라 ‘제네릭’이라고 불러요.
💡 특허가 끝나면 왜 복제약이 바로 쏟아질까요?
첫째, 만드는 방법이 처음부터 공개돼 있기 때문이에요. 특허를 받으려면 성분과 만드는 법을 자세히 적어 제출해야 하고, 그 내용은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돼요. 그 대가로 보통 출원일부터 20년 동안 혼자 팔 수 있는 독점권을 받는 거죠. 레시피는 요리책에 다 실려 있지만, 20년 동안은 그 요리로 장사할 수 있는 가게가 한 곳뿐인 셈이에요.
둘째, 미리 준비해둘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많은 나라에서는 특허 기간 중에도 판매만 하지 않으면 복제약을 연구하고 허가를 준비하는 것까지는 허용해줘요. 그래서 다른 제약사들은 몇 년 전부터 준비를 마쳐두고, 특허가 끝나 “팔아도 된다”는 허락이 풀리는 날에 맞춰 기다려요.
다만 복제약도 규제기관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고, 제형이나 주사 장치처럼 다른 특허가 남아 있으면 그것까지 피해야 해요. 이런 준비를 마친 회사들이 한꺼번에 뛰어든 모습이 바로 아래 인도 사례예요.

가장 먼저 찾아온 곳, 인도

그리고 이 특허 절벽이 가장 먼저 찾아온 약이 바로 세마글루타이드입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비만)와 오젬픽(당뇨)에 들어 있는 성분 이름입니다. 이 성분의 특허가 끝나면 다른 제약사들도 같은 성분으로 약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처음 벌어진 대표적인 나라가 인도입니다.

시점인도에서 일어난 일
2026년 3월 20일세마글루타이드 물질특허 만료
만료 당일~직후현지 제약사 5곳 이상이 복제약 출시, 오리지널보다 70~90% 저렴
2026년 4월 말복제약 브랜드 40개 이상

이어 2026년 5월에는 인도 제약사 닥터 레디스가 캐나다에서 복제약을 출시했습니다. 캐나다는 세마글루타이드 복제약을 허가한 첫 G7 국가가 됐습니다. 2026년 말까지 브라질, 중국, 남아공, 튀르키예, 캐나다 등 10개국에서 핵심 특허가 만료되는데, 이 나라들이 전 세계 비만 인구의 48%를 차지합니다.

다만 가장 큰 시장인 🇺🇸 미국, 영국, 유럽 상당수 지역에서는 특허 보호가 2031년 이후까지 이어집니다. 나라마다 특허 만료 시점이 다르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나라마다 다른 특허 시계

🇰🇷 vs 🇺🇸 특허 만료, 나라마다 달라요
🇰🇷 한국은 물질특허가 2026년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형 등 다른 특허들까지 합치면 독점이 훨씬 길게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어요. 그래서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를 피해 가는 새로운 제형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어요.
🇺🇸 미국은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2031년 12월 이후 만료될 예정이에요.

이 변수는 두 회사에 다르게 작용합니다. 노보는 2026년 가이던스에서 일부 국가의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를 매출 감소 요인으로 직접 언급했습니다. 반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는 더 늦게 나온 약이라 특허 보호 기간이 몇 년 더 남아 있습니다.

3가격 인하 압력

환자 수는 늘지만, 약 한 개당 가격은 내려가는 흐름입니다.

🇺🇸 미국에서는 정부와 제약사가 최혜국(MFN) 약가 합의를 맺으면서 GLP-1 약값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최혜국 약가란 “다른 선진국보다 비싸게 받지 말라”는 원칙입니다. 노보는 이 합의를 2026년 매출 감소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동시에 메디케어 가입자는 2026년 7월부터 2027년 말까지 월 약 50달러의 본인 부담으로 비만약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 한국에서는 비만약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입니다. 정해진 가격이 없고 병원마다 가격이 달라, 회사 간 가격 경쟁이 그대로 시장 점유율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노보는 2025년 8월 국내에 마운자로가 출시되자 위고비 공급가를 약 40% 낮췄습니다.

💡 가격이 내려가면 회사에 무조건 나쁠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매출은 가격 × 판매량이에요. 가격이 내려가도 그 덕분에 환자가 훨씬 많이 늘어나면 전체 매출은 오히려 커질 수 있어요. 그래서 가격 인하 뉴스를 볼 땐 “판매량이 얼마나 늘어날까”를 함께 따져봐야 해요.

4차세대 약 경쟁

마지막 변수는 더 강력한 다음 세대 약입니다.

약개발사방식현재 단계
레타트루타이드릴리GLP-1 + GIP + 글루카곤 (삼중작용)3상 성공, 2027년 1분기 FDA 허가 신청 계획
카그리세마노보세마글루타이드 + 아밀린 유사체FDA 심사 중, 임상 결과는 엇갈림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는 3상 임상에서 80주 동안 평균 28.3% 감량이라는, 지금까지의 약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노보의 카그리세마는 세마글루타이드에 포만감을 주는 또 다른 호르몬(아밀린)을 흉내 낸 성분을 더한 약입니다. 노보는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앞서 본 것처럼 릴리 약과의 직접 비교에서 밀리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노보는 회사 밖에서 새로운 무기도 찾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의 권리를 사 오는 기술 도입(라이선스 인)입니다. 2025년 3월에는 중국 유나이티드 랩스로부터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와 같은 방식의 삼중작용제 후보(UBT251)를 최대 20억 달러에, 2026년 9월 말에는 중국 항서제약(헝루이)으로부터 일주일에 한 번 먹는 비만약 후보(HRS-1596)를 최대 26억 달러에 들여오기로 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처럼 중국 바이오텍의 신약 후보를 사 오는 거래는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고, 특히 HRS-1596은 사람 대상 임상을 시작하기 전이라 실제 약이 되기까지는 여러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 실전 함정: “최대 OO억 달러”의 진짜 의미
바이오 기술거래 기사에서 “최대 OO억 달러”는 처음에 바로 주는 돈(계약금)과 개발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주는 돈(마일스톤)을 모두 합친 금액이에요. 임상이 중간에 실패하면 마일스톤은 받지 못해요.
예를 들어 노보의 UBT251 계약은 “최대 20억 달러”였지만, 처음에 바로 지급하는 계약금은 2억 달러였어요. 총액의 10%죠. 나머지 18억 달러는 개발과 판매가 성공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에요. 항서제약 계약도 최대 26억 달러 중 계약금은 3억 달러로, 총액의 약 12%예요. 그래서 총액보다 계약금이 얼마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SECTION 03

곡괭이를 파는 회사들 — 비만약의 밸류체인

1골드러시의 교훈

19세기 미국 골드러시 때 큰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캔 사람보다 청바지와 곡괭이를 판 사람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가 금을 찾든, 금을 캐려는 사람이 많을수록 도구는 계속 팔리기 때문입니다.

비만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릴리가 이기든 노보가 이기든, 혹은 새로운 회사가 나타나든 약을 만들고 전달하는 과정에 필요한 회사들은 수요가 늘어납니다. 원료를 만드는 회사, 주사기를 만드는 회사, 대신 생산해주는 회사, 약을 전달하는 회사가 바로 비만약 시장의 ‘곡괭이’입니다.

금광 앞에 펩타이드 원료, 주사기, 위탁생산, 유통 가판대가 늘어선 모습으로 비만약 산업의 밸류체인을 표현한 일러스트

2비만약 밸류체인 한눈에 보기

비만약 한 개가 환자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회사가 필요합니다.

단계하는 일대표 사례
원료 생산 (펩타이드 CDMO)약의 핵심 원료인 펩타이드를 위탁 생산코덴파마(GLP-1 생산능력에 9억 유로 투자), 노보 홀딩스의 카탈렌트 인수(165억 달러)
주사기·디바이스펜형 주사기와 부품 생산스테바나토(2025년 GLP-1 관련 매출 50% 이상 증가)
유통·온라인 진료처방과 판매 채널원격진료 플랫폼, 릴리 다이렉트
제약사 자체 투자공장 증설릴리 인디애나주 공장(90억 달러) 등
CDMO란
위탁개발생산(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의 약자예요. 제약사 대신 약을 개발하고 생산해주는 회사죠. 반도체로 치면 설계는 하지 않고 생산만 맡는 파운드리와 비슷해요.

🇰🇷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이 펩타이드 위탁생산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2026년 7월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약 2조 7,000억 원)의 펩타이드 위탁생산 기업 인수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항체의약품 중심이던 국내 위탁생산 산업이 GLP-1 원료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3곡괭이에도 변수는 있다

다만 이 주변 산업에도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먹는 약의 종류에 따른 수요 차이

앞에서 본 것처럼 릴리의 먹는 약 파운다요는 펩타이드가 아닌 저분자 화합물입니다. 일반 알약처럼 화학적으로 합성하기 때문에 펩타이드 원료나 주사기가 필요 없습니다. 이런 약의 비중이 커질수록 펩타이드 위탁생산과 주사기 업체의 수요 증가 속도는 생각보다 느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주사제가 GLP-1 시장의 약 70%를 유지하고, 먹는 약은 약 30%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설비 과잉 가능성

지금은 생산능력이 부족해 너도나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비가 한꺼번에 늘어나면, 몇 년 뒤에는 공급이 수요를 앞질러 위탁생산 단가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처럼 설비 투자 사이클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광고
SECTION 04

비만약이 바꾸는 다른 산업

1사람들이 덜 먹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비만약은 식욕을 줄이는 약입니다. 이 약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먹고 마시는 데 쓰는 돈도 바뀝니다. 실제로 이를 숫자로 확인한 연구가 있는데, 결과를 그림으로 먼저 보면 장바구니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GLP-1 사용 가구의 장바구니에서 과자와 패스트푸드는 줄고 요거트와 신선식품은 늘어나는 소비 변화를 표현한 일러스트

🇺🇸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약 15만 가구의 실제 구매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항목GLP-1 사용 가구의 지출 변화 (복용 후 6개월 이내)
식료품 전체-5.3%
패스트푸드-8.0%
짭짤한 과자류-10.1%
요거트유일하게 의미 있는 증가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2026년 봄 기준 미국 성인의 약 18%가 GLP-1 약을 쓰고 있다고 답해, 1년 전(약 14%)보다 늘었습니다.

식품회사들도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네슬레는 GLP-1 사용자를 겨냥한 냉동식품 브랜드를 내놨고, 다른 식품회사들도 고단백·소용량 제품을 늘리고 있습니다.

2업종별로 정리하면

방향업종이유
부정적 영향 가능성과자·패스트푸드·단 음료·가공식품식욕 감소로 고칼로리 음식 소비 감소
긍정적 영향 가능성고단백 식품, 요거트, 신선식품근육 유지·건강식 수요 증가
긍정적 영향 가능성원격진료·헬스케어 플랫폼처방·관리 수요 증가
⚠️ 실전 함정: “비만약 때문에 식품 산업이 망한다”는 단정은 금물이에요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몇 가지를 확인해야 해요.
· 효과는 시간이 지나며 약해져요. 같은 연구에서 복용 6개월 이후에는 지출 감소 폭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어요.
·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아요. 연구 기간 중 약 34%가 복용을 중단했어요. 1편에서 본 것처럼 끊으면 식욕이 돌아오죠.
· 설문조사와 실제 구매 데이터는 달라요. “18%가 쓴다”는 1,000명 규모의 설문이고, 지출 변화는 실제 구매 기록이에요.
· 🇰🇷 국내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해요. 이 정도 규모의 국내 구매 데이터 분석은 아직 찾아보기 어려워, 미국 결과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조심해야 해요.
SECTION 05

한국 시장 — 마운자로의 대역전

1한국에서도 일어난 대역전

🇰🇷 국내 시장의 역전은 미국보다 훨씬 빠르고 극적이었습니다. 위고비가 2024년 10월 먼저 출시돼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지만, 2025년 8월 마운자로가 들어온 뒤 1년도 안 돼 판이 뒤집혔습니다.

구분마운자로위고비
국내 출시2025년 8월2024년 10월
2025년 매출약 2,210억 원 (8~12월)4,670억 원
2026년 1분기 매출3,232억 원1,040억 원
2026년 2분기 매출4,212억 원1,000억 원 이상
2026년 6월 처방 건수33만 5,306건6만 5,410건

※ 매출은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 처방 건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처방 점검 시스템(DUR) 자료 기준입니다.

2025년 연간으로는 위고비가 두 배 넘게 앞섰지만, 이는 마운자로가 8월에 출시돼 다섯 달 치 매출만 잡혔기 때문입니다. 마운자로는 출시 첫 분기(2025년 3분기) 294억 원에서 4분기 1,916억 원으로 뛰며 바로 선두에 올랐고, 2026년 1분기에는 위고비 매출의 3배를 넘었습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전체도 2026년 1분기 약 5,7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7% 커져, 세계 5위 규모가 됐습니다.

2데이터를 볼 때 주의할 점

국내 비만약 기사를 보면 “마운자로 점유율 70%”, “78%”, “85%”처럼 숫자가 제각각입니다. 어느 것이 맞을까요? 모두 맞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셌느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출처측정 방식마운자로 비중
아이큐비아매출액 기준 (2026년 1분기)위고비의 약 3배
비알피인사이트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 (2026년 8월)85%
비비드헬스 ‘삐약’ 앱앱 이용자 투약 기록 (2026년 8월)약 70%

※ 비교 대상 시장(주사제만인지, 전체 비만약인지)과 시점도 출처마다 다릅니다.

⚠️ 실전 함정: 점유율 숫자는 “무엇을 셌는지”부터 확인하세요
매출 기준인지, 처방 건수 기준인지, 특정 앱 이용자 기준인지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져요. 특히 앱 데이터는 그 앱을 쓰는 사람들만의 경향이라 전체 시장과 다를 수 있죠. 하나의 숫자만 믿지 말고 여러 출처를 교차 확인하는 게 실전의 기본이에요.

3처방 데이터로 읽는 시장의 흐름

숫자를 한 단계 더 깊이 읽으면 시장의 방향이 보입니다. 핵심은 용량별 처방입니다. 1편에서 설명했듯 이 약들은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점점 용량을 올립니다. 따라서 최저용량 처방이 많다는 것은 새로 시작하는 환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2026년 6월 마운자로 최저용량(2.5mg) 처방은 14만 2,434건으로, 위고비 최저용량(0.25mg)의 약 19.6배였습니다. 신규 환자 유입에서 마운자로가 압도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또 2026년 1분기 판매량 기준으로 마운자로는 저용량(2.5mg·5mg) 비중이 78%였고, 위고비는 최고용량(2.4mg) 비중이 34%로 가장 높았습니다. 위고비는 기존 환자 위주, 마운자로는 신규 환자 위주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 투자자 관점에서 본 용량 데이터
신규 환자가 많다는 건 앞으로 이 환자들이 고용량으로 올라가면서 매출이 더 커질 여지가 있다는 뜻이에요. 반대로 신규 유입이 끊긴 약은 기존 환자가 빠져나가는 만큼 점점 줄어들 수 있죠. 그래서 업계에서는 위고비가 장기 사용 단계인 고용량 가격을 낮춰 기존 환자를 지키는 전략을 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요.

4국내 기업은 어디쯤 와 있을까

🇰🇷 국내 기업들도 이 시장에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글로벌 두 회사와 격차가 큰 초기 단계입니다. 한미약품이 국내 기업이 개발한 첫 GLP-1 비만약의 허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일부 바이오텍은 주사 간격을 월 1회로 늘리거나 주사를 알약으로 바꾸는 기술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산 약의 감량 효과(평균 약 10%)는 마운자로·위고비보다 낮고, 가격 경쟁력만으로 판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글로벌 제약사가 가격을 조금만 조정해도 그 장점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뉴스를 볼 때는 “기술을 평가해보자”는 단계와 실제 기술이전 계약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SUMMARY

바이오 산업 체크리스트

1핵심 정리

판도 — 시장을 연 건 노보, 지금 1위는 릴리. 🇺🇸 미국 점유율 약 61 대 39, 🇰🇷 국내는 마운자로가 압도적 우위
역전의 이유 — 더 센 약, 직접 판매 채널, 압도적 영업력
4대 변수 — 알약 경쟁, 특허 절벽(세마글루타이드 먼저), 가격 인하 압력, 차세대 약(레타트루타이드 vs 카그리세마)
밸류체인 — 원료 위탁생산·주사기·유통 등 주변 산업도 함께 성장. 단, 먹는 저분자 약 확대와 설비 과잉은 변수
파급 효과 — 미국 GLP-1 사용 가구의 식료품 지출 약 5% 감소. 단, 효과 약화·중단율·국내 데이터 부족을 고려
데이터 읽기 — 점유율은 무엇을 셌는지부터 확인하고, 용량별 처방으로 신규 환자 흐름을 읽기

2바이오 뉴스를 볼 때 체크할 6가지

체크 포인트확인할 질문
임상 단계1상·2상·3상 중 어디인가? 승인까지 얼마나 남았나?
실제 효과생체지표만 좋아졌나, 환자가 체감하는 효과까지 확인됐나?
특허 만료핵심 특허가 언제, 어느 나라에서 끝나나?
점유율 추세절대 숫자보다 신규 환자 점유율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나?
데이터 출처매출·처방·앱 데이터 중 무엇을 셌나? 다른 출처와 일치하나?
계약 구조계약금은 얼마인가? 총액 중 조건부 금액(마일스톤)은 얼마인가?
비만약 산업은 “누가 더 센 약을, 더 싸고 편하게, 더 많은 사람에게 오래 팔 수 있느냐”의 싸움이며, 지금은 릴리가 앞서 있지만 특허 만료와 가격 경쟁, 차세대 약이 판을 계속 흔들고 있습니다.
광고
CONCLUSION

마치며

1편에서 GLP-1이라는 작은 호르몬 하나를 살펴봤다면, 2편에서는 그 호르몬 하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대한 산업 전쟁을 따라가 봤습니다. 먼저 시장을 연 회사가 1위 자리를 내주고, 뒤늦게 뛰어든 회사가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이 되는 과정은 바이오 산업의 역동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정리하면 이 산업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약의 효과, 판매 채널, 특허 기간, 가격, 그리고 다음 세대 약입니다. 그 파급은 원료와 주사기를 만드는 회사부터 식품 산업까지 넓게 퍼지고 있고, 한국 시장에서는 이 경쟁이 미국보다 더 빠르고 극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바이오 산업은 임상 결과 하나, 계약 소식 하나에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화려한 헤드라인보다 그 뒤에 숨은 숫자와 조건을 차분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이 산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3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다음 글 — 비만약 산업구조 3편 : GLP-1 투자 실전
비싼 릴리와 싼 노보의 진짜 몸값, 매출 집중 리스크, 주가를 흔드는 이벤트와 리스크, 비만약 ETF까지 투자자의 판단 기준을 정리합니다.
자세히 보기 →
본 문서는 2026년 10월 초까지 공개된 기업 실적 발표, 공시, 임상시험 결과,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며, 언급된 기업은 산업 이해를 위한 사례입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년 10월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